제조 뉴스/현장 리포트

BBB의 중국 선전 양산 케이스 - BBB 이윤성 팀장

CAPA 2021. 1. 26. 12:59

한국 최초의 헥셀러레이터(Haxlr8r) 인큐베이팅 팀으로 중국 심천에서의 창업 경험을 갖고 있는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 BBB를 아시나요?


얼마 전 165억 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는데요. 모바일 혈당측정기 엘리마크(elemark)를 양산해서 상용화했고, 손끝에서 채혈한 혈액으로 암, 심혈관계 질환 등 질병표지자를 검출하는 현장검사 플랫폼 마크비를 개발중입니다.


BBB는 중국 심천 핵스에 입주한 경험뿐만 아니라 실제로 중국에서 양산중이기도 한데요. BBB에서 하드웨어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이윤성 팀장의 사례 발표를 하드웨어 얼라이언스 5회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발표 내용을 공유합니다.


BBB를 통해서 중국에서 그동안 경험했던 것, 느꼈던 것, 어려웠던 점 위주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BBB 합류 전에는 LG전자 모바일 사업부에서 근무했습니다. 연구소에도 있었고 상품 기획도 있었는데, 당시에도 선전의 여러 기업과 양산하고 기획하는 부분을 진행했습니다. BBB에서도 느끼다보니 선전을 빼고 하드웨어 제조를 말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고요. 

 

BBB 이윤성 팀장

 

BBB를 간단히 소개하면, 14년 말에 창업했고, 저는 15년에 조인했습니다. 저희는 모바일 헬스케어 기반의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요. 모바일 기반의 혈당측정기, 최근에는 암 진단 기기까지 개발, 판매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40명으로 이뤄져 있고, 바이오 쪽 인원이 많습니다. 의료기기는 인증이 복잡한데, 인증을 전담하는 팀도 있습니다. 최근에 시리즈 B 투자도 완료했고,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전에서 양산하기

쉬운 제품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게요. 여러분이 전동칫솔을 만든다고 상상해보면, 내부에 온습도 센서를 넣어서 새로운 UX를 만들고 싶다고 해봅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생각이 바로 나시나요? 아이디어가 있고, 어떻게 양산해야 할까 막막하실 수도 있는데요. 

 

오늘 주제가 선전인데, 화창베이라고 들어보셨을 거예요. 우리나라로 치면 용산 전자상가 같은 큰 단지의 부품 수급처가 있는데, 주변에는 다양한 업체가 제조 기반으로 포진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에 보면 화창베이에 가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물건을 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아이디어를 구현하려면 전동 칫솔을 구매해야겠죠.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양산은 다른 것 같아요. 스타트업은 전동칫솔은 잠깐만 생각해도 모터가 중요할 것 같잖아요. 모터를 어떻게 선정할 것인지, 무선 충전은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방수 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잠깐만 생각해도 고민할 것이 많이 있죠. 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전문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이 있을 것입니다. 

 

구글링부터 시작해야겠죠. 저희는 OEM/ODM 업체를 선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구글, 타오바오/알리바바 등 중국 쇼핑몰에서 내가 원하는 제품을 검색하다보면, 제품의 실제 제조사 OEM사들이 나옵니다. 연락처는 당연히 있고요. 관심있는 학회나 전시를 통해서 ODM, OEM 제조사를 찾는 것이 시작인 것 같아요. 첫 단추는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선전에 가면 다 해결될 것 같이 말씀하시는데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세 가지로 추려봤는데요. 개발 시간이 짧게 들고, 비용이 많이 절감됩니다. 금형비, OEM/ODM 개발비, 양산 단가 부분이 절감됩니다. 선전은 제조 인프라가 아주 잘 되어 있고요. 

 

선전 제조의 장점 세 가지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겠죠. 선전이 과연 정답인 것인가? 저도 3년 정도 중국 업체와 거래했는데 고민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커뮤니케이션인데요. 중국어를 잘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은 잘 못 하죠. 예를 들어서 제가 소프트웨어개발자라고 한다면, 영업 사원보다는 일선 개발자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은데요. 중국의 개발자는 영어를 전혀 못합니다. 심지어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개발 단어조차 영어로 된 것을 이해 못해요. 이 정도는 알겠지라는 단어도 모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상당히 어렵고요.  

 

두 번째는 품질인데요. 저희가 만나게 되는 업체들은 수준이 다양합니다. 큰 대기업의 양산을 제작하는 곳부터 스타트업까지 품질 수준 편차가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선전에서 양산하고 나서, 기타 업체에 판매한다고 했을 때 생산 품질 기준 설정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저희는 양산해서 국내에 들여왔는데, 검토하다보니 불량이 발견돼서 전수 재검사를 했습니다. 품질비용이 상당히 많이 올라가게 돼죠. 단순히 단가가 절감된다는 차원으로 접근하기에는 고민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세 번째는 계약인데요. ODM/OEM 업체를 만나면 계약을 체결합니다. 계약은 법적인 성립이고, 문구를 넣어서 어떤 것을 지키지 않으면 어떤 처리를 한다는 게 명시되는데요. 실제로 진행하다보면 저희가 계약관계상 갑이지만, 중국 업체에서 부품의 단가 인상을 요구한다거나 개발 기간을 늘려달라는 일이 허다합니다. 저희는 이 업체만 믿고 가기 때문에 을의 입장처럼 어르고 달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선전 제조의 단점 세 가지

 

그럼에도 저희는 양산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선전은 홍콩 북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선전이 이렇게 성장하게 된 데에는 홍콩의 영향이 컸죠. 홍콩은 물류가 모이는 곳이고, 저희도 제품을 받게 되는 곳은 홍콩 허브를 통해 받게 됩니다. 홍콩 근접이 큰 장점이고요. 선전, 북쪽의 동관 지역까지 제조 기반으로 보고 있고요. 예전에는 작은 어촌이었는데, 중국이 개혁 개방 하면서 국제적 도시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가끔 가게 되면 빌딩이 많이 올라갑니다. 선전은 10년 간 20배가 넘게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고 합니다.  

 

 

선택의 기준

ODM/OEM 업체를 어떻게 선택할지가 화두였습니다. 저희 제품은 안드로이드 베이스의 4G 통신이 되는 디바이스를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그 디바이스 기반의 의료기기를 만들었죠. 처음에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업체를 찾다보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중국, 대만의 여러 업체를 검토했고, 검토사항은 개발비, 개발 기간, 금형비, 단가 등 우선 순위를 정해서 어떤 업체와 개발할 지 검토했습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던 커뮤니케이션이 제일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가장 중점적으로 봤고요.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뿐만 아니라, 뭔가 만들다 보면 이슈는 나올 수밖에 없고 대표나 의사결정권자와 이야기하게 됩니다. 의사결정권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안 될 때는 굉장히 많이 힘듭니다. 통역을 거치는 동안 많이 왜곡됩니다. 의사결정권자와 직접 영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저희도 지금 여러 이슈가 많은데, 의사결정권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BBB는 두 군데 업체와 양산하고 있고, 의사결정권자와 원활히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업체를 선정했습니다.

 

대기업이 아니면 생산, 개발 등 모든 걸 인하우스에서 가지고 있는 곳이 없어요. 스타트업은 더더욱 그렇죠. 저희도 ODM 업체와 거래하고 있지만, 실제로 업체들이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협력관계에 의해서 이뤄집니다. 여기서 무슨 문제가 생기냐면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는 디자인 하우스라고 부릅니다. 저희는 심천 업체와 계약했는데, 디자인 하우스는 상해에 있었어요. 상해와 거리는 문제가 안 돼요. 저희는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업체를 선정했는데, 디자인 하우스는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개발하다보면 일선의 개발자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통역을 써도 쉽지 않죠. 통역자에게도 설명해야 하고, 또 건너가고 커뮤니케이션이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업체 선정하실 때 생산 시설, 개발 업체 등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잘 보셔야 합니다. 생산 시설은 코웍 관계가 얼마나 잘 유지되고 있는지, 생산 시설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서 가지고 있는 곳도 있으니 면밀히 살펴보시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개발자는 인증을 먼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이라는 특성이 있는데요. 한국에서 개발하면 구미든 부천이든 자유롭게 왔다갔다 합니다. 중국은 비행기를 타야 돼죠. 예를 들어 배터리가 있는 제품을 개발한다고 하면, 개발 샘플을 가져오는 것조차 힘듭니다. 요즘 IoT 제품은 대부분 배터리가 있죠. 통관은 힘들지만 가능하고, 배터리 인증이 나느냐 아니냐가 그 제품을 들여올 수 있느냐 없느냐의 판단이 되고요. 몇 개는 핸드캐리한다는 편법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만큼 인증이 완료되지 않았을 때 리스크가 큽니다. 개발기간과 관련 있잖아요. 선택하려는 업체가 인증을 어느 나라에 어떻게 팔았는지, 배터리나 기타 안전 인증에 관한 부분은 어떻게 진행하고 얼마만에 끝낼 수 있는지 살펴보고 진행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업체 선정을 했고, 계약 체결을 합니다. 저희는 ODM 업체와 계약 체결을 했고, 그 다음부터는 타이트하게 돌아갑니다. ID부터 양산까지. 저는 전 회사에서는 ID, MD라는 단어를 몰랐어요. 중국 업체는 이 단어를 많이 씁니다. ID는 외관 디자인, MD는 기구 설계, 금형을 만들기 위한 설계 단계를 말합니다. ID부터 다듬어 나가죠. 디자인이 예쁜지, 실장이 되는지, 기능 구현이 되는지. 시제품은 예쁘고 동작하면 자기 할 일을 다했죠. 양산 제품은 다릅니다. 1천 개만 넘어가고 제품 편차, 신뢰성 문제가 많이 불거집니다. 저희는 MD와 PCB 앞쪽 단계에서 업체와 긴밀히 논의하는 단계를 진행했고요.  

 


더 중요한 건 금형이 나오고,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개발, 성능 테스트를 거쳐서 제품 환경/신뢰성 시험입니다. 중국 업체와 거래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중국 업체는 품질의 눈높이가 다릅니다. 이 정도면 양산이 되는데 하면서 요구하는 품질 기준을 안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계 기준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많이 낮습니다. 우리는 제품을 중국에만 팔 것도 아니고, 유럽, 미국에 팔아야 하는데 기준을 못 맞추면 안 되잖아요. 이런 기준을 논의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의 타계는 테스트/검증이 문제거든요. 저희는 국내에 샘플을 많이 들여와서 테스트 기관에 의뢰하거나 테스트 장비를 구매합니다. 저는 휴대폰 업계에 있었기 때문에 신뢰성과 환경 테스트에 대해서는 하드하게 테스트해서 리포트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낙하 테스트는 제품으로서 어려운 테스트인데요. 떨어뜨려서 정상 동작하는지 보는데, 높이가 중요합니다. 이런 부분들까지 하나하나 조율하거나, 추가적 테스트를 통해서 개선을 많이 했습니다. 

저희 제품 컨셉을 말씀드리면요. 왼쪽은 구글의 아라 프로젝트, 오른쪽은 엘지의 G5라는 모듈러폰입니다. 

 


제가 보여드린 이유는 두 프로젝트는 성공하지 못했어요. 모듈러 컨셉은 대량 생산에 어울리지 않고, 호환성 문제가 있죠. 이런 점을 알고 있었지만, 의료기기와 중국 생산에서 시너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희 혈당 및 콜레스테롤 측정 기기인데요. 

 


안드로이드 베이스 기반에 별도의 슬롯이 있습니다. 전용 포트를 만들었고요. 빨간 박스는 의료기기입니다. 의료기기라는 특수성이 있는데요. 임상도 해야 하고, 제품 테스트도 가혹합니다. 빠른 대응, 보안 문제를 위해서 중국 선전에서 잘할 수 있는 모바일 분야는 선전에서 제작하고, 의료기기 부분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어요. 모듈러 컨셉이고, 한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동글 형태로 결합이 됩니다. 각각 인증을 따로 받고요. 모바일은 전파 인증을 따로 받고, 인증이 다른 두 개의 제품이 만나서 한 제품을 이루는 형태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미징 분석 장비도 만들고 있는데, 플랫폼화를 통해서 한 제품이 여러 분기를 찾아 다양한 제품으로 변화할 수 있는 컨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장점은 각각 잘하는 업체에게 맡겨서 제작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플랜B

중국 업체와 컨택하다보면 터무니없는 요구를 많이 받을 때가 있습니다. 단가를 갑자기 올리면 시장 분위기를 보고 조정하는데요. 어느 정도는 조율이 도지만 끌려갈 수밖에 없어요. 스타트업이 대기업처럼 멀티 벤더 운영할 수 없고, 부품 여러 군데 줄 수 없습니다. 한 곳과 하는데 일정에 문제가 생기거나 부도가 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스마트폰 베이스다보니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모두 중요했습니다. 처음부터 로우 데이터를 많이 요구했습니다. 회로도, 기구는 3D 데이터, 소프트웨어는 로우의 풀 소스. 이런 걸 자기들의 노하우라고 생각해서 공개 안 하는 업체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계약 단계부터 여기까지 공유되고 업데이트 되어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런 부분을 공유받고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서 플랜비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세 가지로 발표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 대한, 제품 컨셉에 맞는 OEM/ODM 업체를 잘 선정하는 게 너무나 중요하다. 두 번째는 문화적인 차이보다 개발자/의사결정권자와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잘 되느냐가 개발 능력보다 더 중요하다. 세 번째는 항상 플랜B를 대비해야 한다.